단순하지만 큰 이유 – “너는 내운명”

누군가를 사랑하는것에 있어서 그 사람 자체가 되어야지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나의 이유를 꺼집어 내서, 또 그걸 증명을 해보인다던지 하는게 사랑에서는 치사한 변명거리밖에 안된다.
왜냐면, 그 이유라던가 복잡한 수식으로 설명을 해보인 것들이 뒤집어 진다면 사랑이라는게 의미없는 공허함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대입하자면, 평생 같이 살기에는-평생이 아니라면 어떤 기한까지 법적으로 같이 살기에는-이러저러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아서 누군가를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게 속물이다 어떻다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서 결혼을 전제로 해서 사랑을 얘기하는것은 모순이 있어 보인다. (사랑이라는게 결혼이라는 현실을 만나게 되면 변하게 되어버리는게 사실이 아닐까? 사랑이라는게 결국에는 현실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는건 누구든 마찬가지일듯 하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문제(혹은 현실이라는 문제)를 살짝 비켜놓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보고 싶어지다가 결국에는 사랑하게 되었을때, 그 이유를 설명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여자들은 매번 확인받고 싶어하는 습성(꼭 여자만의 경우는 아닐수도 있긴 하겠지만)때문에, 왜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듣고자 한다. 보통은 뻔한 답인줄도 알면서 미려한 수사를 써가면서 감동받기를 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이 해왔던 말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 말들중에서 얼마나 일치하거나 더 멋있는 말을 하는지 하나씩 확인해 나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표현이 딸리는 남자에게는 왜라는 질문이나 얼마나라는 질문에 진땀을 빼기 일수다.

“너는 내운명”을 봤다.
이 영화에서는 왜라는 질문도 답변도 하지 않는다.
그저 둘이 사랑한다는 얘기만 한다. 그가 누구든간에 사랑앞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현재가 중요하다.
그래서 현재 그는 사랑이 변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한다. (현재는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일수도 있겠지만)현재 누군가 좋아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뻔한 스토리에(심지어는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는 자막이 처음에 나옴) 눈물을 빼는 영화라는걸 알고 보긴 했지만, 요즘 나온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다.
원래 감독이 다큐쪽을 찍던 PD출신이라는것도 그럴지도 모른다.
깜찍하게(!)도 영화 중반쯤에 슬쩍 자신이 만든 첫번째 영화를 입소문하기도 하고, 큰 스토리보다는 얘기를 풀어가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여준다. 중간 중간 생략한듯한 부분이 보이는게 과감해 보이긴 하지만 관객에게 구차하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생각이다.

요즘들어서 영화보는 습관이 얘기보다는 한장면장면에 대한 상황에 더 끌려서 인지 나쁘지 않게 봤다.
어쩌면 비슷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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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거북한(이해 못한다기 보다는 그런 판단도 싫어지는) 장면들은 어쩔수 없는가 보다.

* “너는 내운명” 홈페이지
– http://www.mysunsh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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