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보자.
1월 :
만 서른 두살을 맞이하면서 그간 만난 친구를 정리했다.
막연한 인연을 계속 붙잡고 있는게 싫었던게 사실이다.
2월 ~ 초여름 :
일에 매달리면서(반대로 일이 나한테 매달리면서) 보냈다.
4월부터는 밤새는 날이 종종 생기기 시작했고, 지루한 회의로 자정을 넘기곤했다. 처음으로 맞짱을 뜰만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직(현재까지도) 내공이 부족하다는 느낌만 가지게 되었다.
여름 :
새로운 회사와 같이 일을 시작할 수도 있었으나 중도에 그만두었다.
아쉽긴 한데,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을 :
처음으로 맞짱 한번 떠 봤다.
역시 KO패
내공의 부족함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사실은 컸다.
또, 더 이상의 맞짱이 무의미해 보이기 시작했다.
맘을 접고 주변에서 주선하는 소개팅을 했다.
만나서 저녁먹고 차 마시고 맥주한잔 하고 집에 가는 차를 봐주거나 집 근처 바래다 주고 그후로는 만나지 않았다.
사람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하는 것만 족하다 생각을 했다.
그럭저럭 혼자서 영화보러 다니는 것에 맛을 들인지도 꽤 된터라서 그런건지 그게 더 편해져버린건 사실이니까.
늦가을 :
딱 이틀 차이로 내게 변화가 생겼다.
시월 초에 아는 사람이 문뜩 소개팅 얘길 꺼냈다. 그냥 하는 얘기겠거니 해서 흘려듣고 말았는데, 웬걸… 며칠 안되서 약속이 생기고 말았다. 그 당시에는 직접 맡은 프로젝트도 없었던 터라서 시간이 많이 생기겠거니 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에 차출되는 바람에 시간이라는게 별로 나질 않았다. 일과 사람. 동시에 두가지 일이 생기다니….
이러 저러한 이유로 승진을 하게 되었고, 이전까지 불리던 호칭(애칭에 가까운!!) 홍샘.. 대신 홍췍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생기게 되었다.
겨울 :
연애질과 일. 두가지는 쉽지는 않다.
단지 익숙치 못하다는건 핑게에 지나지 않을꺼다.
나이가 몇인데, 또 그만한 것을 요구할만하니 얘길할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게 우습기만 하다.
고단수의 맞짱을 연마하기 위해서 노력중이나 역시 쉽지는 않다.
어쩌면 홍췍이 된 이후로 내게 필요한 기술중에 하나가 맞짱이 아닐런지.
…………
내년에는 무슨일이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바라는게 있다.
평생을 같이 지낼 사람을 만나는 것과 맞짱의 기술을 넘어서 미소의 미학을 알았으면 한다.
올해는 잘 살았다.
내년도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