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9일부터 2006년 8월 21일까지…

8월 9일 오후 병원에 가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한잔 걸친다는 술이 급기야는 새벽까지 달리고 말았다.
가끔은 변비가 심하거나 할때, 아프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 싶어서 큰 맘먹고 병원에 갔다.
치핵에는 4단계가 있는데 그중에 4기에 해당한다고 하더군. 말기라는 얘기지.

우선은 수술을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오후 반차를 냈던 터라서 기분도 우울하다는 핑게로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갔다.
본 영화는 “괴물”

8월 11일 난생 처음 병가 신청을 내다.
수술 날짜를 잡은터라서 병가 신청을 했다.
며칠동안 얼굴 보기가 힘들듯 해서 친구에게 조심스레 얘길 했다.
만난지도 얼마 안되었던터라서 시큰둥하게 얘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사람 대체 뭐야.. 라는)이 들었는데, 예상외로 덤덤하게 얘길 받아들였다.
좀 더 친했다면 병문안이라도 갈텐데, 그러긴 좀 그렇지 않겠냐고 물어보는게 오히려 내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8월 13일 오후 잠깐동안 얼굴을 보다.
병원에 입원할 시간이 저녁때긴 하나, 일요일 오후를 초조하게 보내긴 싫어서 점심 무렵쯤에 집에서 나왔다.
입원할때 필요한 몇가지 물품을 사고 나도 시간이 남길래, 얼굴이나 보여달라고 친구를 불러냈다.
한시간 여 넘게 기다리고 나서 30분 정도 얼굴을 보는게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병원까지 같이 가달라고 하긴 좀 어렵더군.
한편으로는 외출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서둘렀을텐데, 잠깐 얼굴만 보고 집에 보내려니 미안하기만 하다.

8월 13일 밤.
금식하고 병실에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환자복을 입은 거울속 내 모습이 꽤나 초췌하게 보인다.

8월 14일 아침.
예정대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하반신 마취를 했는데, 기분이 묘하다.
수술하는 내내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수술은 삼십여분만에 끝났고, 침대에 뉘윈체로 병실로 이동했다.
천정만을 바라보다 보니 꼭 영화속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입원실 침대에 하반신이 마취된 상태로 있다보니 쓸쓸하다는 느낌이다.
발끝에 힘을 주고 조금씩 움직이려 했지만, 아무런 감각이 없다. (마치 킬빌에서 나왔던 모습같군)
이래서 혼자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해야지.

8월 14일 오전. 마취에 몽롱함에 깨어나기 시작하다.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고 다리를 겨우 움직일때쯤에 전화가 왔다.
혼자서 쩔쩔 매는 모습이 영락없이 하류같은 느낌이다.
소시민.

8월 14일 오후. 표현할 수 없는 통증.
마취가 풀리니 영 아프다.

8월 14일 늦은 오후. 어머니 오시다.
노총각 자식을 멍하니 바라 보신다.
집에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혼자서 덥디 더운 집에 혼자 계시기 싫다고 하신다.
오히려 병원이 시원하다.

무통주사
무통주사... 묘하지?

8월 14일 저녁, 회사 동료 방문.
민망하더군.

8월 15일 통증은 있어도 조금씩 걸어 다니다.
걸어 다녀야만 한다. 담배를 펴야 하잖아!!
저녁 무렵에 염장 커플이 방문했다.
온다는 얘길 듣고 오후에 머리를 감고 부시시한 모습을 없애긴 했는데,

8월 16일 오전.
한번의 관장을 끝으로 병원에서 퇴원하다.
집에 가는길에 어머니는 먼저 들어가시고, 서점을 배회했다.

8월 18일 오후, 집에 무작정 있기는 나른해지기 딱 좋다.
서점을 둘러 보다. 영화도 보다.
급한 연락으로 저녁에 사무실 가다.
가서 한건 거의 없다.

8월 19일 역시 친구를 만나면 아픈것도 몰라!!
말 그대로!!
같이 영화 보고 밥도 먹고. 같이 있으면 아픈것도 몰라요!!!
영화는 “각설탕” 봤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때에 감독과 출연했던 배우(유오성)이 무대인사를 했다.

8월 21일 이제 병가도 끝
시작은 길어 보이나 끝은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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