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그럴리가 없다고 했다며, 내게 다시 뭍는다.
그럴리 없지?
확신을 갖고 덤비는게 당연하면서도,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불룩 나온 배에, 머리는 희끗거리다 못해서 반백이 되어버런 오십대. 입꼬리는 축쳐져 있는게 꼰대 기질이 꽉 차 보이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낡은 속옷 – 옷 가장자리가 오래되어 삵은 것처럼 보이거나, 군데 군데 구멍이 나버린 – 입고 바람을 설마 피겠냐는 말을 한다. 하긴 보이지 않는 것도 준비를 해야 했을 한참 나이때에는 그런게 민감할 수도 있긴 하겠다. 아니 나이가 들어도 그건 마찬가지 이긴 할거다. 어찌 어찌 해서 만난 중년의 남여가 어느 밀폐된 공간에서 급하게 벗어 제꼈을때에 낡은 빤스가 툭 튀어 나온다면 꽤나 웃기긴 할 것 같다. 그 중년의 남여가 그간의 시간을 공유하지 않은, 그냥 뒤늦게 만난거라면 꽤나 그런 상황은 가능한 피할듯 하다. 마치 한창때에 보이지 않는 것도 준비했던 그때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그건 비슷하긴 할것 같다. 그러니 구멍이 숭숭 나버린 속옷을 입고 있는 배나온 오십대에 희끗거린 머리를 가진 남자는 그럴리는 당연히 없을 거다. 따로 몰라 온라인몰에서 무명의 새 빤스나 런닝을 몰래 산다면 모르겠지만. – 배송은 어디로 하려고.
… 그때는 그랬겠지만, 한참의 시간이 흐른 – 그 시간을 헤아리기는 어려운, 보이가 위한 염색이 아니라 숨기기 위한 염색이 익숙해져버린 그 나이에 이르는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만큼 다른 모습인게 분명한데도,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 같아 보인다. 예전에도 그랬는지는 가물거리긴 한데, 긴머리가 내려오는게 불편했던지 뒷머리를 올리곤 비녀 대신 젓가락으로 머리를 고정하는게 영 낮설지가 않다. 예전에도 그랬던것 같고, 그렇게 하고선 씩.. 거리며 웃는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만에 만난 사람처럼 보인다. 과거를 기억한다면 축쳐진 배나, 탄력이 떨어진 피부, 그렇게 살피지 않더라도 눈에 띄게 늘어난 주름살은 그간의 시간을 짐작하기에는 무리가 없을거다. 예전만큼 궁상맞고 찌질하지만 않았다면 좀 달랐을까? 꽤 오래되어도 그건 별차이가 없었나 보다. 일기는 해도 가급적이면 그런말을 피하고 싶었는데, 피하지는 못하는가 보다.
… 좀 나아지길 바래긴 할거다. 기대만은 그렇다. 역시나 그럴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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