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라도 그런 얘기하지는 마세요”
뒤 늦은 사춘기였는지, 고2 무렵에 꽤나 우울했었던 것 같다. 아파트 난간 아래를 빤히 쳐다보며 별별 상상(만!)을 하다가 어느날 엄마 앞에서 울컥 했었다, 죽고 싶다고. 빤히 날 보시더니, 나때도 그랬어라는 말을 툭 던지셨다. 아… 지금 감정이 특별한건 아니구나. 이 무렵에는 다 그런거구나.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사는게 힘든게 차이는 있어도 다들 겪는거라고.
9년 후면 동생도 정년이구나 하는 얘길하다가 어머닌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당신이 그때까지 살지는 모르겠다 얘길 꺼낸다.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도 있는 얘긴데도, 아버지나 어머니나 몸이 그리 좋지 않는 상태라 맘이 편치는 않다. 평소처럼 철없는 늙은 아들 녀석 마냥 그런 얘하지 말라고는 얘길했는데, 울컥 눈물이 날뻔 할 걸 참았다.
어릴적에 쓸데없이 내뱉은 내 말에 어머니도 짐짓 놀라셨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어차피 간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애써 무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