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와, 그리고 그후 23년

그 시간이 좀 허무하게 되어 버리잖아.

나역시 그리 오래된 건 아니였지만, 까마득한 그 당시에, 갓 입사한 신입직원은 꽤나 풋풋했었었다. 몇년 차이랄까 했지만, 아무래도 사원과 선임하고는 차이는 나긴했다. 나이가 들어가기 전 까지는 말이지. 지금와서는 다 늙어가는 처지에 – 둘다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후반으로 와버렸다. 근 20년을 우여곡절 속에 남아 버리긴 했다 – 몇년은 그냥 우습게 보인다.

왜 이리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뭐했는지 모르겠네요.

급급하게 대충(?!)처리하고, 다음 걸 처리하다 보니 몇개 끝나면 한해가 지나갔다. 그게 스무번 넘게 반복됬었다. 스무번이면 두손을 한 번 돌아가고 다시 한 번 돌아 가는, 그리 많이 세어 나간 숫자는 아닌데, 시간으로 따져보니 별써 스물 세해가 되어 버련다. 한해 한해 바뀌는 걸 따라가는 것도 못하고, 몇번의 경험으로 떼우다가도, 이게 아니다 싶어서 이것 저것 찾아봐도, 버텨내는게 쉽지만은 않다. 직접 부닥치는게 덜하다고는 해도 매번 우려먹거나, 뒤늦게 따라가기가 좀 벅차다. 그냥 게으른 것도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봐야 할 부분도 넓기도 하고, 예전과는 좀 다르게(?) 나름의 분야가 있다고 할까나? 풀스택이라고는 하지만, 관심있는 자가 관심깊게 보는게 다르다 보니, 깨지는 건 관심있는 부분에 대한 ‘무지’인 것 같다. 가끔은 – 이건 예전에 들었던것 같긴 한데 – 대놓고 뭐라 하는건 아니지만, 눈가에 슬쩍 내비치는 미묘한 떨림 – 비웃음이거나, 떨떠름이거나, 어쩌면 경멸이거나 -에 짐짓 놀란다. 아, 그간 난 뭐하고 살았을까.

사람은 좀 변해야 하지 않겠어? 자리도 자리니 만큼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사람을 만들다라고는 하지만, 그건 한참을 지나고 나서 애긴 것 같다. 내 성향이라는 게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몇달이 지나도 별 차이는 없다. 말투가 좀 달라진게 있을까? 슬슬 피하거나, 왜 이러지 하는 맘에 생긴다. 어제와 차이가 없는데 자정이 지났다고 해서 확 바뀌는게 되나? 뭘 하고 싶은지도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지나왔는데?

우리는 뭐해왔을까요? 이 나이에 다른 걸 하는게 쉽지도 않고

시간이 희석시키는게 맞다. 예전에는 선임이라고 어깨에 힘들 잔뜩 줬는지는 모르지만, 다 늙어가는 마당에 누가 어깨에 힘이 빠진지 오래다. 예전보다도 더 새가슴이 되어 버리다 보니, 매번 “자리”에 있으면서도 충고만 더 듣게 된다. 책임을 지울 누군가가 필요하기도 하고, 사실 더 이상의 권한도 없으니 그럴 수 밖에.
나도 다른 걸하기가 쉽지 않다. 막 발버둥을 치고 싶을 때에, 툭 받아버렸으니, 나라고 답답하지 않겠니? 나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하고는 한다. 그간 뭐했을까, 이제는 뭐해 먹고 사나.

뒷방 늙은이가 좀비가 되어 가는 과정은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좀비가 되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뒷방에 있었던지는 꽤내 오래되었었는데, 죽은 줄 알고 열어봤더니 안죽고 살아 있었더라. 좀비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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