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생각하기 싫지만…

아무래도…

애써 무시하긴 했다.
나이는 먹어가고, 새로 들어온 후임과의 나이차가 점점 늘어나도 별 생각을 안하려 했다. 우리 부서 막내와는 무려 삼십년이나 차이가 난다.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다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나이가 삼십년 차이는 심하긴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 그게 급나누기는 아닌데 – 올해 들어서 직원에서 임원으로 바뀌다 보니, 비교 구분하기는 좀 애매하다는게 다행일까? (까마득한 막내가 아니더라도 스무살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사람들은 수두룩 하긴 하다.)
나이는 그냥 숫자일 뿐이긴 하다. 명시적인 상하관계는 없다고는 하나, 지시와 이행을 하는 상황에서 이행을 하는 입장은 항상 쉽지 않다. 결국은 항상 어깨를 내려야 하는 상황은 온다. 가급적이면 그런 상황을 없애려고 노력할 뿐. 하지만, 몇몇 상황에서는 좀 당황스럽긴한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걸 극복을 못한 건 어차피 내 책임이긴 하다.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좀 애매한 시기에 툭 던지기는 말아야지. 나이 오십 넘어서, 창피해지지는 말자. 어떤 상황이든.

항상 나만 생각해 오긴 했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동료들과 나이차가 점점 나도, 일은 일이니까 가능하 나이먹어감을 잊으려고 했다. 나만 생각을 젊게 – 그런 척하며 – 살면 되겠거니 했다. 가끔 부모님이나 처가 부모님을 뵈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간다.. 라고만 했지,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걸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다. 최근에 어머니의 틀어진 이를 보니까 할머니가 다 되셨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이가 일흔이 넘었고, 손자를 본지도 15년이 넘었는데, 지금에서야 할머니라니. 내가 나이먹어가는걸 애써 부정했듯이, 부모가 나이듦만 알았지 늙어간다는 것은 애써 무시했었나 보다. 그 뒤에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복막염..?
그게 98년 쯤인것 같다. (기억을 회상하는게 어떤 상황이라… 병원에 같이 갔었던 그때긴 하다)
병원에는 가도, 입원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복수에 물이 차서 며칠 입원을 하셨던게 첨이긴 하다.
아들이 걱정하는 싫으셨었는지 아무런 얘기를 안하시다가 어느날 저녁에 수술 들어가신다는 얘길 하셨다. 수술 끝나고 의사가 보여준 종양덩어리가 꽤 컸다. 떼어 냈으니 괜찮겠지 했지만 그게 시작이였었나 보다.
항암치료약이 신장에 무리를 주다 보니, 약을 제대로 쓰기도 어렵다. 더 커지지만 않기를.

말로는 못하고 손가락으로 얘길 하신다.
다행히도 귀가 어두워서 아버지는 병원에서 얘기한 걸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그래도 대충 내용을 알아 채신듯 하다. 언제까지라는 걸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언제가는 간다고 하지만, 그게 내 얘기라면 받아들 일 수 있을까?

우리도 이제 준비해야 해.

딱히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동생도 전화기 건너편 목소리가 울먹거리는 것 같다.
미리 생각하기는 싫었지만, 이제 준비는 해야 한다.
살아 계실때 잘하라는 얘기. 틀린 얘기는 아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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