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다가 그 당시가 떠오름.
1997년은 대학 4학년이였음.
IMF라고 해서 내게 영향은 사실 많지 않았다. 일자리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취업에 난 그렇게 매달릴만큼 뛰어다니지 않았고, 난 그저 좁아진 취업문 대신, 계속 학교에 남아있는걸 선택했다는게 전부다. 위에서 좁아지기 시작한 그 문이 내 차례에는 그냥 벽일 수도 있었다. 그리 수완이라도 좋은 편도 아니고. 비슷한 시점에 몇몇은 대학원을 선택한 동기들도 있긴 한데, 사실 그게 IMF를 염두한건 아니다. 물론 나역시 마찬가지긴 했다. 어딘가 들러간다는게 이전부터 두려운 상황이였으니, IMF가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어쩌면 핑게에 가깝다. 그냥 개인적인 도피라고 할까?
다행이라면 우리는 따로 정리할 게 없었다. 나름 좀 키워 보시려고, 네가족 근군히 사는데 문제없던 돈암동 미미레코드를 전축대리점으로 바꾸긴 했었으나, 동내 사람들이 죄다 바꿔서 그런지 점점 재고만 쌓리고 말았다. 따로 더 부담을 지다가는 힘들겠다 싶어서 정리를 한건데, 이건 IMF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남들 다 빗겨서라도 맞는 걸 우린 그나 빗겨갔다. 주변에서 힘들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 주변 끝자락에 있었던것 같다. 변방?
치열하게 살았을까? 난 그러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2년을 다른 방법으로 버티기만 했고, 그 2년이 지나고서도 별다른 걸 하지는 않았다. 후배의 소개로 어느 벤처회사에 들어갔고, 또 유예된 1년을 버티다가 건너 건너 회사를 옮기고 지금의 회사서 23년을 버텼다. 존재감은 그닥 중요하지는 않았다.
즐겁지가 않다?
이십여년이 지나서… 이건 내 적성이 아니였나봐?
목빠지게 재미난 걸 찾아야지.
이제는 슬슬 …
안제가 될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