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자기 둥지로 돌아간다.

일요일 오후….


무료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항상 후회하는게 가까운 커피점에 가서 차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책을 읽자 였다. 매번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오늘 드디어 집에서 제일 가까운 커피가게에 왔다.
여기에 오면 제일 무난하게 마시는건 아무래도 카페모카. 달달한게 맛이 좋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따뜻한건 타조차이나, 원두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요즘은 카페모카가 제일 맘에 든다. 그러고 보니 맨 처음 마신게 이거였으니….

이번에 읽기 시작한 책

아무래도 말은 해야겠지?

결혼식이 끝나니 시간이 생각보다 늦었다. 이미 약속은 깨져버린 상태긴 하지만 예매해둔 영화표를 버릴수도 없었던터라서 전철을 타고 갔다. 무작정 역앞에서 기다릴까도 생각했는데, 부질없는 짓이다. 차갑게 돌아섰을 사람한테 말하는 것만큼 초라한건 없다. 그러고 보니 몇년전에도 역앞에서 기다린적이 있었던것 같다. 그때도 마냥 기다리다가 냉담한 얼굴을 바라볼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예매한 표를 출력받고 나서 버려질 한장이 묘하게 보인다.
지나가버린 차에 대고 소리질러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번쯤은 그럴만한 고비가 될지는 모르지만 매번 반복하게 될지도 모르는걸 뻔히 알면서도 지나치기에는 이건 아니다 싶다.

사람은 하나씩 경험하면서 커간다.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면서도 또 그러면서 매번 다음에는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고 만다. 지나고 나서 얘기겠지만 사람을 경험하면서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연습만 하게된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내 허상만 붙잡게 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만 든다.
………
체인점이라서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 언니는 잘 안갈아서 준다”
같은 팀에 있었던 김주임은 주문서를 받아들고 믹서에 가는 바리스타를 보면서 중얼거리곤 했었다.
창가 가장자리에 앉아서 마시는 차도 좋기도 했었고, 번잡하지 않은 시간에 갔을때 오랜만이라고 한마디 건네는 안면있는 바리스타가 있는 단골가게가 편하다. 같은 가게라고 해도 매번 가는데가 아닐경우에 느끼는 익숙한것에 대한 생소함. 오히려 낯선곳에서 생소함보다 어색하다.
사람만나는것도 그런것 같다. 한참동안을 웃으면서 바라봤던 사람이 보여주는 당황스러움은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왔다는 느낌을 준다.
어느날 다른사람의 허상을 들었을때의 낯선느낌도 그랬었을지도 모른다. 힘없이 내손에 매달려 있던 그의 손, 가끔은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미리 알아차려야 했던건지도 모른다. 가끔은 그런 그의 손을 잡는게 부담스럽다.
…..
지나친 생각은 생각밖에 일을 만들곤 한다.
몇년간 단련해(?) 왔던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자. 강물이 흐르듯이 흘러가는것을 보는 것으로 족하다. 물을 거스를 수는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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