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지 않을거라고 장담을 했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는 그랬던것 같다.
핸드폰 설정이 엉켜서 화면 잠금이 안 풀린다.
음성안내라는 신박한 기능이 잠금화면에서는 키가 한번에 눌려지지도 않고, 눌러지더라도 이전에 입력한 키가 다시 입력되어 버리니 잠금해제가 제대로 안된다. 눌려지는 패턴을 겨우 파악을 해서는 엉킨 설정을 겨우 해제할 수 있었다. 요상한 그 패턴을 알아내기까지 한참을 헤맸다.
…
내 핸드폰 얘기가 아니다.
늦은 밤에 큰 아이가 방에 들어와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이 이상하다고 얘기한다.
정 안되면 초기화 시키면 되긴 하는데, 아들녀석은 망가진건 아닌지 그러다 새로 사야하는건 아닌지 해서 약간은 울먹인 표정이다. 자기도 이리저리 해도 안되서 내게 온건데, 난 그런 심정을 알면서도 이것 저것 누르는 아이가 답답해서 짜증을 내버렸다.
겨우 해결하고 나서는 좋아라하다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지더니만 자러 방으로 들어갔다.
…
출근하기 전에 아직 자고 있는 아들녀석을 봤다.
자고 있으니 들었을리는 없겠지만 불쑥 어제 일이 생각나더니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들녀석 빰을 비비고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
애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녀석이 핸드폰 고장난거 아빠가 고쳐줬다고 꽤 좋아한다고 얘길했다고.
그러지는 말아야지 했던 아버지 모습이, 내 모습에 투영된다.
생각이 닫혀지는게 점점 늘어나는것 같다. 그게 옳든 그르든 간에 한쪽만을 고집하는게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잘못된 걸 알았을때에는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자.
오늘 퇴근길에는 게임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사야지.
쑥스럽더라고 하더라도 건네 주며, 어제는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얘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