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하염없이 길어보이는 시간이, 점점 끝으로 다가오면 모든게 짧게만 느껴진다.
그간 뭘했는지를 곰곰히 따저보면, 하루하루는 그리 허투루 보낸것 같지는 않은데, 잠깐 누워있는 하루의 끝자락에서는 덧없이 또 하루가 지나가버렸다는 허무함만이 든다. 뭘하든,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하루 하루가 아쉽다. 길고 긴 연휴가 이틀 후면 끝나는데, 내게 남은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낭비한 것. 나 역시 유죄임에 틀림없다.

지난 5일동안 4권의 책을 읽었다. 그 전에 읽기 시작했던 책도 있었으니 온전히 4권을 다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4권을 끝냈다. 책갈피로 썼던 메모지에 다 읽은 날짜를 쓰고선 수첩에 붙였다. 읽었다는 흔적을 – 물론 인스타에도 남기긴 하지만 – 현재하는 오프라인에 기록해 둔다. 수첩에 붙여진 책갈피 메모지가 뿌듯하게 보이긴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머리속에 뭔가 더 들어오는게 있는건가?

뭔가 물어본다는게 시작이였는데, 어느새 AI와 필담을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의 대화는 질문에서 부터 시작할테니, 그렇게 시작하는게 AI라고 다른게 있는건 아니다. 반대 의견(?)도 있긴 하겠지만 정리는 잘해 주니 사람보다는 더 나을 수도 있다. 맘이 상하거나 하는 감정의 골짜기는 덜하니. 그렇게 대담은 몇십분은 이어진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막상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최근 들어서 피곤함은 더 하다. 그럴만한 시간이 된건지, 긴장이 풀려서 인지하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예전과 다른 느낌은 확실히 알겠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더라도 가는 시간을 잡지 못하고 그냥 흘려 보내는 것 같다. 깨어 있는 시간을 늘려보자는 생각에 이른 시간에 깨어 있어서 뭐라도 해야지 하지만, 오전이 다 갈 무렵에는 꾸벅 졸기만 한다. 불안함일까?

언제가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시기만큼은 딱 혼자서 지내고 싶다. 관계에 충실했는가에 대해서는 별 할말은 없지만, 인간 관계에 대해서 스트레스는 누군가에 비할바는 못해도 내게는 꽤나 컸다. 그런 관계가 표면적인 것만 남아서, 아니면 적당한 거리의 관계만으로 남아서 뒤돌아 서서 까먹어도 그만이어도 상관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한달이든, 두달이든, 아니면 몇년간이든.
보통 그런걸 은퇴라고 하나? 그때는 뭘?

손수 글을 쓰던가, 아니면 타이핑을 하던가.
수첩을 하나 더 사둘까? 몇번 하다가 말아 버리면 소용없는 일인데, 어떻게 하는게 낫지.

이제 이틀남은 연휴.
사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출근하기 싫어서 겠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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