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3일 오후 성당 뒷마당

“이건 무슨 담배죠?”
“레종이라는 담배랍니다.”
“레종?”
“글쎄 발음이 어떤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보통들 레종이라고 하더라구요.”
“라이손.. 이라고 하는것 같던데…”
“저도 잘.. 그걸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RAISON….?”

산행을 갔다 온건지, 등산화에 배낭을 벤치에 내려놓던 그가 내게 담배 하나를 얻어가면서 물었다.
기차역에서 좀 떨어진 이곳에 그런 차림으로 있는게 어색하게 보인다. 어딘가 여행을 갔다왔을 시간이라고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지금 막 떠나기 직전에 여길 들렀다고 생각하기에는 그의 모습이 며칠은 돌아다닌듯 수염은 거칠게 나 있었다.

내 시선은 아무런 초점이 없이 앞을 바라본다.
이내 다 타 들어간 담배를 끄고 새로 하나 물고선 불을 당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근처를 지나게 되면 신이 들린듯 여기로 오게 된다.
성모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항상 앉았던 벤치 옆쪽에 앉아서는 예전에 앉았던 자리만을 응시한다.
흐릿하게 나마 남아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허상을 응시해 보지만, 시간이 교차되거나 반복되지 않는 일처럼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옆 벤치에 앉은 그는 길게 한모금 연기를 들이마신다.
초췌한 모습의 그는 여기에 왜 왔을까?
긴 여행의 종착지를 여기로 선택한 걸까? 아니면 여행도중에 잠시 들렀던 것일까?

오래 앉아 있는 시간만큼 모호한 그리움만 더해 가기만 한다.
단 한번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만 오히려 그게 그리움만 남게 할 것 같다.

‘전 이만 갑니다….’

글쓴이 지민아빠

중년의 모바일 개발자. (코딩은 안함. -_-a) 집안일에 열심인 아내와 아직은 어린 아들과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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