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본것은 무엇이였을까?

산 허리 너머로 어스름해질 무렵이였다.
작고 외소한, 얼굴에는 한가득 주름이 가득 지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누가 보기에도 이런 저런 잡일정도를 할게 분명해 보였다. 하루 낮동안 흐트러진 쓰레기를 모아서 산아래 소각장으로 던져 넣던 그는 일이 얼추 마무리 되었을 무렵 건너편 산허리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고생의 골이 잔뜩 끼어 있었던 그였지만, 그 순간만은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고요가 그의 주위에 휩싸여 있었고, 그래서 그런건지 이상스레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그가 산 건너편을 멀거니 바라보던게 그 모습이 생각난다.
그의 요상스런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쓰레기를 치우다가 지친 허리를 펴볼 생각이였는지 그를 따라서 그 건너편을 같은 자리에 서서 바라봤다. 하지만 그때 보이는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안개도 아닌 그저 희미한 어른거림만 보였다.
그 당시 난 용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친구를 따라 어느 국도변 휴게소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지방에 조그만 대학에 다니기는 해도 어느 정도 선택된 인생을 걸머지고 갈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우쭐함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게 그저 자기 자신이 상상해 버린 일들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되기를 바랜 내 착각의 산물일지도 모를다.
하루 하루 결국에는 죽을 날을 꼽씹으면서 준비하는 건지도 모른다.

건너편 산을 바라보던 그의 모습처럼 내 자리에서 한숨 돌리고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때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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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민아빠

중년의 모바일 개발자. (코딩은 안함. -_-a) 집안일에 열심인 아내와 아직은 어린 아들과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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