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거나 혹은 지나치거나 – “생활의 발견”

나의 생활을 발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모습을 보려는것 같다.

올해 세번째 영화(발동 걸리면 올해도 작년과 같은 수의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로 “생활의 발견”을 보기로 했다.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별 다른 신경쓰지 않는지 (자기말로는 멜로쪽을 좋다고 하면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를 보고 싶다고는했지만.) 그냥 이 영화가 어떤지 물어봤을때 선선히 응하더군.
사실 영화가 그리 기분 좋은 내용도 아닐것 같다는 얘길 했었고, 또 의외로 (사실 예상대로가 더 맞을) 야하다는 얘기도 했는데 동그랗게 눈만 뜨고 웃기만 하더군.
작년엔가.. 아는 꼬맹이(사실 나랑 키가 비슷하고 이미 스무살은 넘었지만 제 3자에게 그를 지칭할때는 줄곧 “꼬맹이”라는 단어를 쓴다. ) 한테 어떤 영화(물랑루즈였던가?)를 보자고 했었는데, 그 아이 말이 재미있었다.
“영화 보고 나와서 나 얼굴 빨개지는거 보려는 거지?”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기로 한 사람은 무반응이다.
나이도 1년전 꼬맹이 나이라서 똑같은 상황인데도 사람의 반응은 전혀 다른다.
얼핏보면.. 꼬맹이쪽이 약간 터프하지 않을까(전에 누구와도 비슷한)했는데 실상은 그러지 않은것같다.
또 얼핏보면 또 한사람은 연약해 보이지만, 어느날엔가(며칠만에 봤는지는 잘 기억나지는 않는) 염색에 파마를 한것을 보면 또 다른게 있는것 같기도 하다.
하긴 영화보게 된것도 섣부른 일의 꼬임에서 시작한게 분명하다.
한두마디,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보여주는 사람이 없다(최근 한달여전인가 그 잘생겨 보이는 남자친구랑 깨졌다.)고 툭 던졌고, 난 마침 영화보러 갈 사람 있었으면 했던 차에 보고 싶은 영화있으면 연락하라고 한게 시초였다.
그 이후에 던져진 주변 얘기.. 또 농담 아닌 농담으로 결국에는… 영화를 보러가게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저녁 사마.. 라고 약속을 해두고선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정작 다른 사람들과는 약속 잡는게 무슨 생각에서인지 좀체 모르겠다.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테고 생활 패턴이 있는터라서 그 안에 들어가는것도 쉽지도 않거니와 사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애매모호한 관계에서 이것 저것 챙겨주지도 못하고 또 이런 저런 간섭에 질려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 딱 50cm 정도의 거리를 두는게, 무작정 애만 태우지 않을 뿐더러 오래 얼굴이나마 볼 수 있어서 좋다.

영화의 끝은 혼자서 멀뚱이 서 있는, 그러면서 “남편이 들어왔나?”라고 중얼거린다던데. 그런 상황과 그리 다를것 같진 않다.
……….

전날 일찍 자서 그런건지, 평소보다 약간은 덜 피곤한 상태로 깼다.
약속시간까지는 두시간 정도 남은터라서 세수하고 전날 세탁기에 넣고 돌려놓기만 한 빨래를 걷어다가 옥상에 널었다.

항상 예외없이 아홉시에 하는 드라마를 보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매번 밤에만 봤던 사람을 환한 대낮에 보는터라서 얼굴을 알 수 있을지 약간은 의심이 가더군.

시간이 이른지라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시간 맞춰서 영화관엘 들어갔다.

“야한 영화를 볼때는 음료수가 필요할겁니다.”
영화 내용을 보긴 했지만 좀체 화면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보러 온건지 판단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 “단, 내가 보려고 하는 영화를 봐야 한다”라고 제의했었던 적에도 나한테 괜한 시간을 주는게 아닌가 생각한적이 있다.
금전적 부담없이 영화를 같이 보러가기만 하면된다는 거래(?)는 어느정도의 타협이 된 상태니까 별반 상관은 없겠지만,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괴물이 되지는 “않아야 할테니 상대방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얘기에 무관심을 보이거나 부정을 하지만 상대에 따라서 내 입을 통해서 그대로 반복이 된다.

철저하게 “되돌려” 줄때는 묘한 화가 가득차게 되는데, 애절하게 말을 할때는 자신이 무척 초라해 질 수 밖에없다.

영화를 같이 보러간다는건, “그때 난 누구와 같이 보러 갔었고, 영화와 그의 모습과 그의 체취를 같이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지만 갑작스레 사람을 알고 영화를 보게 되면(혹은 어떠한 감정을 주거나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런 의도는 만들지 못한다.
내용이 어떻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는건, 서로 서먹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이해(수긍한다는 것은 아닌)하기 어려운(나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부분이였던것 같다.
영화 끝난 후에 약속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서 영화관 앞에서 헤어졌다.
다음에 는 어떤 영화를 보자는 말을 했지만, “집에 가서 돈 좀 가지고 올께요”라는 말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

새로 안경을 맞춘걸 찾아오는 길에 단골가게에 들렀다.
같이 일했던 사람이 그만둔터라 혼자서 분주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날 내야 하는 레포트때문인지 정신이 없어보인다.
타이핑만 하면 되는터라서 책을 받아들고 나왔다.
4년전에 써줬던 게 심리학쪽이더니만 이번에도 심리과목이다. 다른게 있다면 하나는 사고이고 하나는 생리적인 심리라는 차이가 있다.

생각지 않고 있다가 슬쩍 들춰지는 게 일상일듯 싶다.내가 들었던 말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달하거나 이미 봤던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기도 한다.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괴물은 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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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민아빠

중년의 모바일 개발자. (코딩은 안함. -_-a) 집안일에 열심인 아내와 아직은 어린 아들과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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