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어느날 관철동 편의점 골목에서 캔맥주를 덜덜 떨며 마신, 그때

한동안, 퇴근길은 술과 함께였다.
한동안…은. 그게 좀 길긴 했다. 아마 2년? 3년

허기가 진다는 핑게로 자정 무렵에나 가는 그 늦은 시간에 동네 근처 짬뽕가게에서 거하게 짬뽕곱배기에 소주 한병을 주문한다. 수푹히 나오는 홍합을 하나씩 해체하는건 어쩌면 의식같다. 홍합살 하나씩 꺼내먹다 국물 한숟가락을 넘기면, 잔에 따라 놓은 소주를 마실 기대에 홍합살 해체는 더 부지런해진다. 알싸하게 넘어가는, 한쪽눈을 찡긋거리며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는 소주를 느꼈다. 그때만큼은 – 그 시발스런 것들은 별 생각나지도, 하지도 않은 – 누군가의 순간을 기억하는 것처럼,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 취기가 오를 시간에 익선동 근처에 옹기종기 술한잔을 부딪치는 무리가 부러워 그 사이에 슬쩍 끼어들고 싶었다. 바쁜데 그 사이에 한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는건 민폐다. 아니 민망함이 더 맞지 않을까? 그래서 누군들 보이지 않는, 행인1로 어디에나 있을법한 가게1을 찾아 다녔다. 익선동 건너편 골목길에 있던 할매네 순대집이 그랬고, 관철동 끝자락 2층 순대국집이나, 영동시장 건너편 골목안쪽에 있던 동내 순대국집이 그랬다. 또 면목동이나 맥주/양주집이 늘어선 중곡동 할매네도 그렇고. 자정무렵에 행인1은 가게1이나 가게2에 가서 늦은 허기를 순대국과 소주로 달랜다. 부지런히 달리면서.

그나마 어딘가 들어가서 먹는건 그나마 낫다.

행인1이 혼자 맥주를 마시기에 적당한 곳이 별로 없다.

그냥 하나만 해야지 한게 주문한 파전이 나올 무렵에 그 막걸리 한병을 다 마셨다.
입맛 다시며 다시 한병을 주문하고, 그러다 한병을 더 주문하고. 역시나 혼자서 자리를 잡고 있는게 민폐같다. 술주정뱅이도 아니고. 참.

여름엔 적당하니 캔맥주 하나 사들고 길에서 들이키는게 좋다.
퇴근길을 시내를 거쳐가는 코스로 갈때면 종종 종로에서 내려서 갔다.
익숙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들고 바로 옆 골목에서 들이킨다. 서서 먹는게 그리 편한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다. 단, 겨울이라면 좀 다르지.

덜덜 떨면서 맥주를 마시는건 할 짓이 못된다.
그게 무슨 사정이였던간에.
청승이든, 찌질한 새끼라 그런거더라도 그리 해볼만한 건 아니다.

날이 추우니, 몇년전 골목길서 덜덜 떨면서 맥주마시던게 생각난다.
부디 담에는 그렇게는 지내지는 말자. (최소한 어디 앉아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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